가상시나리오

[탄핵/대선 정국 정치소설] "암흑의 권력" : 제2화 - 권력의 그물

빈사평 2025. 5. 3. 07:00
반응형

 

2025년 5월, 서울은 여전히 혼란의 한가운데였다.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정치권은 갈기갈기 찢겼고, 거리엔 매일 새로운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검사 한도준은 서울중앙지검의 좁은 사무실에서 밤늦도록 서류를 뒤졌다. 그의 눈앞엔 최영철, 전직 운동권 리더이자 야당의 숨은 실세의 이름이 떠 있었다. 최영철과 그의 동료들이 탄핵 사태와 내란죄 수사에 얽혀 있다는 직감이 한도준을 잠 못 들게 했다.

 

"진실을 쫓는 한도준, 거대한 그물에 갇히다."

 

“한 검사, 아직도 안 갔어?”
문이 열리며 동료 검사 윤소영이 들어왔다. 30대 중반의 그녀는 특수부의 떠오르는 샛별로, 한도준의 집요함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동료였다.
“소영아, 이거 봐.”
한도준은 노트북 화면을 가리켰다. 80년대 최영철이 연루된 외국 자금 수사 기록이었다.
“김태호 부장님이 이 사건 담당이었어. 그런데 증거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윤소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화면을 들여다봤다.
“부장님이? 설마… 그때도 뭔가 숨긴 거라고?”
“확신은 없어. 하지만 이건 우연이 아니야. 최영철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실을 당기고 있어.”
한도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윤소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낮게 말했다.
“도준 선배, 조심해요. 부장님도, 최영철도… 이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판을 짜고 있을지도 몰라요.”
한도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엔 이미 결심이 서 있었다.
“소영아, 난 진실을 파헤칠 거야. 그게 검사로서의 내 임무야.”

다음 날, 한도준은 최영철의 과거 동료로 알려진 시민단체 대표 박상민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로 향했다. 박상민은 80년대 운동권 시절 최영철과 함께 활동했지만, 지금은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인물이었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상민은 60대 초반의 온화한 인상이었다.
“한 검사, 무슨 용건입니까? 요즘 바빠서 정신없어요.”
박상민은 미소를 지으며 차를 홀짝였다.
“최영철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80년대, 그와 함께했던 시절 말입니다.”
한도준의 직설적인 질문에 박상민의 미소가 굳었다.
“최영철? 오랜 친구죠. 하지만 그 시절은 그냥 젊은 패기였을 뿐입니다. 왜 갑자기 그걸…”
“외국 자금 건, 기억하시죠? 그때 최영철이 조사를 받았는데, 증거가 사라졌어요.”
한도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박상민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검사, 그 시절은 혼란스러웠어요. 다들 이상을 쫓았죠. 하지만 지금 와서 그걸 파헤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달라질 겁니다. 지금 이 나라가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한도준의 단호한 말에 박상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하세요, 한 검사. 당신이 쫓는 건 단순한 과거가 아니에요. 그건… 거대한 그물이에요.”
박상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그 그물은 당신을 삼킬 수도 있어요.”

 

"박상민의 경고가 메아리친다: 이 싸움은 그를 삼킬지도 모른다."

강남의 한 호텔 스위트룸. 강태민은 보좌관 박민수와 함께 대법원 판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그의 운명이 갈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강태민의 머릿속엔 판사 이재훈의 말이 맴돌았다. “이 사건 깨끗하지 않아요.”
“민수, 재훈이가 보낸 자료 확인했나?”
강태민은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넘기며 물었다.
“네, 이재훈 판사님이 보내준 거예요. 원심 판결의 증거들… 일부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박민수는 초조한 얼굴로 서류를 내밀었다.
“조작이라… 누가? 대체 누가 이걸 꾸민 거지?”
강태민의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났다.
“의원님,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이재훈 판사님이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젊은 판사들 몇 명이 원심의 부당함을 눈치챘다고…”
“재훈이 혼자서 그 늑대들 사이에서 싸우고 있다고?”
강태민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야경은 화려했지만, 그의 마음은 어두웠다.
“민수, 내가 이 싸움에서 지면, 이 나라는 누가 지키나? 저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야. 그들은 이 나라의 뼈대를 부수려 하고 있어.”
박민수는 고개를 숙이며 낮게 대답했다.
“의원님, 아직 희망이 있어요. 이재훈 판사님이… 그리고 우리도 포기하지 않을게요.”
강태민은 미소를 지으며 박민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민수. 우린 아직 싸울 힘이 남아 있어.”

그 시각, 이재훈은 서울고등법원의 판사실에서 동료 판사들과 비밀리에 모였다. 30대 후반의 김수진 판사와 40대 초반의 최민혁 판사가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재훈, 이건 터무니없어. 원심 증거가 이렇게 부실한데 어떻게 유죄로 밀어붙인 거지?”
김수진은 서류를 탁자에 던지며 말했다.
“누군가 위에서 손을 썼어. 부장판사도 이 사건엔 입을 다물고 있어.”
최민혁의 말에 이재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민 사건은 단순한 선거법 위반이 아니야. 이건 정치적 숙청이야. 그리고 그 배후엔… 더 큰 힘이 있어.”
“그럼 우리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김수진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이재훈은 단호히 대답했다.
“아니. 우린 정의를 지켜야 해. 파기환송심에서 증거를 다시 파헤칠 거야. 그리고 누가 이 판결을 조작했는지 밝혀낼 거야.”


종로의 서지현의 아파트. 서지현은 낡은 플립폰을 손에 들고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묘덕법사라 불린 의문의 남자가 남긴 이 기계는 그녀의 모든 신경을 사로잡았다. 암호 입력창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고, 그녀는 이미 수십 번의 시도를 실패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서지현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노트북에 기록된 암호 시도를 확인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인턴 기자 민지가 들어왔다.
“서 기자님, 이거요!”
민지는 USB를 내밀었다.
“뭐야, 이게?”
“묘덕법사라는 이름으로 온 또 다른 제보예요. 암호 해독에 도움이 될지도…”
서지현은 USB를 노트북에 꽂았다. 화면에 떠오른 파일은 오래된 문서였다. 80년대 운동권 활동 기록, 그리고 익명의 인물이 작성한 메모. 메모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진실은 1987년의 약속 속에 있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서지현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플립폰을 다시 들고 암호 입력창에 ‘1987’을 입력했다. 화면이 흔들리더니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 열쇠: 동지들의 맹세.’”
“동지들의 맹세? 이게 대체…”
서지현은 혼란스러웠지만, 직감이 그녀를 몰아쳤다. 이 휴대폰은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뿌리를 뒤흔들 비밀이었다.
“민지, 당분간 이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알겠지?”
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 기자님, 이거… 위험하지 않을까요?”
서지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위험? 민지야, 진실을 쫓는 건 원래 위험한 거야.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해.”


그 밤, 한도준은 박상민의 말을 곱씹으며 최영철의 최근 행적을 추적했다. 그의 사무실에선 최영철이 최근 비밀리에 외국 투자자와 만났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외국 자금… 또다시?”
한도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수사는 점점 더 위험한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강태민은 이재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훈,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싸움은 너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
이재훈은 단호히 대답했다.
“형, 전 판사예요. 정의가 무너지는 걸 보고 있을 순 없어요.”

서지현은 플립폰을 손에 쥐고 창밖을 바라봤다.
“묘덕법사… 당신 정체가 뭐지? 그리고 왜 나를 이 싸움에 끌어들인 거야?”

대한민국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림자의 그물은 모두를 옭아매고 있었고, 진실은 아직 멀리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반응형